인쓰집에서 맥주마시다가 지예가 알려준 그 사이트. 이제야 들어가봤다.
http://research.microsoft.com/apps/tools/tuva/

확실히 파인만 아저씨는 말을 잘 해. 기본적인 사고력을 갖춘 비전공 일반인들도 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물리의 중요한 항목들을 깔끔하게 짚고 넘어간다 (전공자들이 보면 조..금 시시할 수도 있으나 다루는 내용 자체는 심오하다). 칼텍 강의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녹취분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찾아보기 귀찮아서..

인상깊은 것 중 하나가 파인만이 일생동안 가장 좋아라 했던 least action principle이 강의 곳곳에서 등장한다. 물론 수식은 전혀 나오지 않지만 그 “느낌”은 어떻게 잘 살려서 청중에게 전달하더라 (입자은 “냄새”를 맡아서 자기가 가야할 경로를 찾아간다고 한다던지 ㅎ). 특히 least action principle로 translation symmetry에서 linear momentum conservation을 유도하는게 참 인상적이었음 (생각해보니 신중훈 교수님도 저걸 설명하셨던 거 같은데 당시에는 별로 감흥이 없었던 듯). 같은 방식으로 time symmetry에서 energy conservation, rotation symmetry에서 angular momentum conservation을 유도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리고는 한 마디. “[증명은 할 수 없지만] symmetry에서 conservation을 유도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자연은 어쩌면 least action principle로 운영되는지도 몰라..”

아참, 수학과 물리를 비교하는 도중에.. 물리학자들은 “공리를 바탕으로 한 Greek/Athens math 대신 공리체계에 얽매이지 않는 Babylonian math”를 사용한다고 하는 부분도 재미있게 봤다. 물리체계가 (여전히도) 일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공리는 적용할 수 도 없고 더군다나 공리를 바탕으로 물리를 발전시키면 새로운 현상이 발견됐을 때 그것을 설명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재미없다.” 물리는 (그리고 자연과학은) 자연계의 작은 부분을 설명하는 산발적인 이론들이 점점 확장되어 다른 것들과 연결되며 발전한다고 했는데 지당하신 말씀이다.

2편 강의에서 파인만이 대강 이런 말을 하는데 “자연을 탐구하려면 수학을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자연은 수학이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 따라서 수학을 이해할 수 없거나 이해하기 싫어하는 인문학자들은 물리를 또는 자연현상을 깊이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의 귀에 물리를 말하는 것은 귀머거리에게 말을 거는 것과 같다.” 파인만다운 90% 개그 + 10% 독설이 섞인 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담인데, 60년대 강의를 녹화한거라 흑백인 것은 물론 매회가 시작할때마다 촬영기사가 “ten nine eight..”이렇게 처음에 카운트다운을 하고 나서야 강의가 시작한다… 아, 그리고 강의 전에 코넬 학생들이 강의실로 들어가는게 보이는데 (이 강의는 코넬에서 초빙해서 한 것. 이 때 이미 파인만은 칼텍에 있었음) 이 때 종소리가 들린다. 내 추측에 만약 이게 진짜 당시 코넬 종탑 종소리였다면 아직도 저 종소리를 캠퍼스에서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누구 아는 사람은 코멘트 좀. 한 술 더 떠서 미국의 상황(이라 쓰고 양키센스로 읽는다)으로 보아한데 저 흑백필름에 찍힌 거리풍경과 강의동 모습 이런거는 아직까지도 거의 안 바뀌었을 듯 -_-;;

강의를 보다가 문득 학부 교재로 쓰던 Feynman Lecture Note를 뒤적거렸는데 그 속에서 한 8년 정도 묵은, 그 당시 신중훈 교수님이 첫 수업 프린트물로 나눠주셨던, Feynman’s Lost Lecture — Uncreative Student라는 짧은 에세이를 봤다 (이건 인터넷 검색으로 안 나오는 듯).

요약하자면 uncreative student는 approximation 할 줄 모르고 모든 것을 exact하게 기록하려고 하며 방법론에 집착한다.. 라고 하더라. 한마디로 (특히 물리의 경우에) creative/uncreative student를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은 approximation 능력이라는 것. 상황이 상황인지라 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고급물리 첫 수업때 내가 이걸 본 기억은 분명 나는데 그 땐 무슨 생각으로 이 글을 대했을까.

오늘도 무언가 하나 건졌다. 기쁘다.

랩에 들어온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나고 이제 어느 덧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다. 해가 바뀌었지만 거창한 한 해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어차피 달력에서의 숫자는 인공적인 것일 뿐. 다만, 일년 내내, 아니 앞으로도 계속, 초심을 잃지 않고 과정을 즐기면서 연구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행히 사람들도 좋고 주제도 재미있고 독특해서 감사할 따름이다. 언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누가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겠지만, 여유가 되면 랩 관련 이야기도 써볼까 한다. 아참, 그러고 보니 이제는 조금 더 부지런해졌으면 좋겠다.

애증의 대상이었던 학부때의 많은 것들은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들어 벚꽃 핀 캠퍼스 풍경, 어은동 골목들, 딸기파티.. 이러한 대전에서의 일상을 종종 생각하곤 한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보스턴의 겨울은 더럽게 춥지만 그리고 넘어야할 언어 장벽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저희들은 소소한 일상속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럭저럭 이곳 생활에도 적응을 해 가고 있음. 아직은 뭐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만 연구란 것이 무엇인지는 대충 감을 잡아가고 있음.
박사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님.

아참, 그리고 대한민국은 엄청난 선진국이었음.

결국 Harvard-MIT HST에 가기로 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MD 코스웍까지 다루는 관계로 부담이 많다. 하지만 생물쪽으로 가기로 한 이상, 그리고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생물분야 응용의 정점은 결국 의학과 맞닿아 있는 이상 HST에서 무지막지하게 다루는—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접하기가 무척이나 힘든—양질의 의학 트레이닝은 다 피가되고 살이 되리라 본다. 대학원 과정때 다루는 코스웍이야말로 쳬계적으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이니 만큼 (연구에 차질이 없는 범위 내에서!) 열심히 해 봐야겠다.

그리고 막연하게나마 응용생물 분야에서는 물리학 트레이닝 받은 사람의 효용(이라고 쓰고 몸값이라고 읽는다)보다 의학 트레이닝 받은 사람의 효용이 더 클 것 같은 느낌이 이런 선택에 한 몫 한 듯. 아 참, 삼성이 없으면 여러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붙어도 HST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이 \epsilon만큼 거들었던 것 같네.

인생의 한 전환점을 지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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