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벌써 책 쓴지 일년이 넘었다. 새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요 며칠전 서점에 갔다가 2판이 나온지 꽤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망할… 고료는 언제줄껀데 -ㅠ-)

사실 이번 2판은 1판의 downgrade version이다. 왜냐하면 IBO 관련 문제는 전부 싹 빼버렸으니깐.

1-1.
여러가지 강아지(..)같은 일들로 한참 바쁠 6월 초 무렵. 한동렬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대략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생물교육위원회에서 우리 출판사로 공문을 하나 보냈다. 일종의 항의성 공문인데.. 책에 실은 IBO 관련 문제가 실제 기출문제와 너무 유사하기 때문에 그 문제를 빼지 않으면 법적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다.” -_-;

사실 우리가 이 책을 쓰기 훨씬 전부터 이미 법 관련한 부분은 출판사의 법무팀의 도움을 받아 미리 싹 파악한 상태였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그냥 우리 맘대로 저 문제 안 바꾸고 그대로 출판해도 전혀 법적으로 하자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그냥 선생님하고 나는 일단 2판에서는 문제가 되는 IBO 문제들을 빼버리기로 했다. 사실 씨끄러워져서 우리가 좋을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대신 나중에 내가 좀 한가해지면 (그 때가 과연 오긴 올까? ㅋㅋ) 그 때 저 문제들을 변형해서 다시 집어넣기로. 켁;;

1-2.
옛날 KBO 그리고 IBO finalist 시절을 돌이켜보면 생물교육위원회. 이거 꽤나 웃긴 집단이다. 뭐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에 기반한 것이지만 상당히 고압적이고 관료주의적인 그런 집단. (그런데도 한국 학생들 IBO에서 금메달 척척 따오는거 보면 꽤 신기하다. 암암. =_-)

아참. 그래도 옛날 장남기 선생님이 수장으로 있었을때는 좀 그나마 괜찮았는데 요새 풍문에 의하면 새로운 수장이 우리 고등학교 압둘라(..) 스타일이라는 설이 있더라. -_-; 에휴.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 뭐.

1-3.
쩝. 이야기 하다보니 갑자기 IBO finalist 때가 생각나네. 당시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이 이야기 꺼내면 한도 끝도 없다. 관둬야지. 벌써 6년 전 일이다.

2.
저 책에 수록된 IBO 문제의 출처를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저 문제는 전부다 내가 복원한거다. 그것도 지금 생각해도 아주 엽기적인 방법으로 -_-;

2-1.
지금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IBO finalist에 선발된 학생들은 교육기간 내내 점심먹고 어떤 커다란 교실에 들어가서 수 많은 생물학 문제를 풀곤 했다. 이 문제는 단지 학생들의 실력향상용일 뿐이지 IBO에 출전할 학생을 뽑는 성적 평가용은 아니라고 한다.

한가지 웃기는 점은 이 문제들을 풀고 난 다음에는 문제지를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제출해야 했다. 문제를 푸는 동안 교실은 밖에서 잠기는데 (이거 무슨 화생방 훈련도 아니고 -_-) 학생들이 문제를 다 풀고 앞에서 조교가 모든 문제지가 다 수거되었는지 일일히 확인한 이후에야 비로소 학생들은 교실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나는 당시 그 삼엄한(..) 경비를 통해 “저 문제는 반드시 IBO 기출문제일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고 어떻게 해서든 저 문제를 빼돌리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나는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2-2.
나는 처음에 문제들을 종이에 옮기려고 했으나 이는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200문항이 넘는 문제를 일일이 종이에 옮겨 적는것은 그야말로 고문이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필사를 하는 동시에 문제들을 제대로 푸는 것은 불가능 했기 때문에 나로써도 손해였다.

그래서 나는 짱구를 굴려 좀 더 엽기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바로 녹음기를 이용하는 것.

그날 저녁 나는 바로 녹음기와 조그마한 콘덴서 마이크를 준비했고 그 다음날 이것들을 이용하여 문제를 작은 목소리로 읽으면서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매일 저녁 나는 녹음된 내용을 재생해가며 문제를 (도표와 함께) 복원해 나갔고 그러한 방식으로 복원한 문제는 총 4 set 분량에 달했다.

참고로 저 때 사용했던 녹음 테잎 아직도 집에 있다. 방금 재생해 본 결과 아직도 잘 들린다. -_-;

2-3.
이 비장의 자료들을 이용하여 IBO에 출전하기 위해 나는 무진장 애를 썼으나 결국은 출전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한동안 나는 이 자료들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2005년 까지.

2-4.
2005년 8월 나는 병특에 붙게 되고 학교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서울 생활을 하며 내 과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그 자료들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비록 내가 IBO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그 당시 IBO 문제를 접하지 못해서 겪은 어려움을 아마 지금 학생들도 겪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자료들을 정리해서 아예 책으로 엮어 보면 어떠할까?”

내 생각은 꽤나 정확했다. 물리, 수학 분야와는 달리 생물분야는 그 때 까지도 올림피아드 기출문제 자료가 아주 희박했었다. 때문에 6년이라는 시간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학생들 또한 “수준 높은 문제의 부재”에 허덕이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는 뭐.. 나는 욜라 삽질해서 책 썼지 뭐.

2-5.
시간은 다시 흘러 올해 6월이 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생물올림피아드교육 위원회에서 친히 공문을 보내주셔서 내 6년전 작품의 정확성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시게 된다. ㅋㅋㅋ

3.
아.. iBT 공부해야 하는데..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