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곽 인쓰 보드 갔다가 갑자기 픨 받아서 본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이 암시하듯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인정하기 거북스러운 (혹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을 다루고 있다.
연사로 등장하는 앨 고어 아저씨는 다음과 같은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몇 가지 과학적 근거 자료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충격적이다:
- 지난 65만 년간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항상 300ppm 이하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대기중 이산화 탄소 농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는 무려 383ppm을 가르키고 있다. (참고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수록 지구의 평균 기온은 상승한다.)
- 북반구와 남반구를 포함하여 범 세계적으로 빙하가 녹고 있으며 심지어 시베리아 지역의 영구동토가 녹아내려 지형이 변화하고 건물이 붕괴하는 일도 발생했다.
- 지난 14년간 역사상 가장 더웠던 열 개의 해가 있었다!

▲ 지난 65만년부터 지금까지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보여주는 그래프. 산업혁명 이전에는 결코 300ppm을 넘지 않았으나 오른쪽 위의 노란 점이 나타내듯 지금은 무려 383ppm을 가르키고 있다.

▲ 지난 14년간 무려 10개의 신기록 달성! (영화가 제작된 시점이 2005년 경이라서 그 이후 사정은 모르겠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사실 현재의 지구 온난화 수준은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비록 지금 현재로써는 그렇게 큰 온난화의 징후가 발견되고 있지는 않지만 자칫 지금의 수준을 넘어서면 급격하게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어 (즉, 점점 더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어) 향후 수십년 이내에 해마다 그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태풍, 폭우, 가뭄, 전염병 창궐과 같은 자연 재해를 맞이하고 순식간에 해수면이 높아져 전 세계의 주요 도시가 손 쓸 사이도 없이 바다 밑에 잠겨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영화에서도 살짝 언급되었는데,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극지방의 빙하가 녹기 때문에 더 급속하게 온난화가 진행된다. 빙하는 일종의 거울과 같이 작용하여 태양에너지의 90%를 그대로 반사하지만 빙하가 녹는다면 이 태양에너지의 90%는 그대로 흡수되어 열로 전환될 것이다.
- 사실 더 큰 이유는 수증기 때문이다. 온난화가 진행되면 기온이 상승하고 그에 따라 물은 대기중으로 더 많이 증발하게 된다. 수증기는 이산화 탄소와 마찬가지로 온실가스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온은 더 상승하게 되고 따라서 더 많은 물이 증발하여 대기중 수증기 농도는 높아져만 간다. 이와 같은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결국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수증기 평형 농도에 도달하게 되고 그 결과 온난화는 급격히 진행된다.
- 또한 빙하가 녹아 그 속에 갇혀있던 메탄이 대기중으로 방출되면서 급격하게 온난화가 진행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약 20배 정도 더 강력한 온실가스 이므로 소량의 메탄만으로도 대기온도는 가파르게 상승한다. 최근에는 높아진 온도로 인하여 식물 대사가 활발해 지면서 그 결과 부수적으로 발생한 메탄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여기, 여기 참고 ) — 하지만 아무리 식물이 메탄을 생성한다 하더라도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됨.
어쨌든 위와 같은 위험을 목전에 둔 지금의 상황에서 전 인류가 봉착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모든 것을 해결할 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의 그림을 보시라.

바로 지금 우리의 앨 고어 아저씨는 우리가 현재 가진 모든 능력을 총 동원했을때 얻어지는 연간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가르키고 있다 — 이 때의 방출량은 약 1950년대 이전 수준에 해당한다. 만약 좀 귀찮고 먹고사는데 바뻐서 Carbon Capturing Technology같은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에너지 효율이 좋은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이용하면 우리는 어렵지 않게 1970년대 수준에 해당하는 탄소 배출량을 달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온난화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의 밥그릇과 이해관계 때문이다. 다음 업튼 싱클레어의 명언을 감상하시라.

번역은 반역이라고 했지만 감히 번역을 해 보자면, “어떠한 것을 무시해야 자신의 밥그릇이 유지되는 경우 그 어떠한 것을 무시하지 않기란 참으로 곤란하다.” 실제로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혹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빨리 더 많은 일을 하려고 하고 이는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이는 많은 경우 더 많은 이산화탄소 배출로 귀결된다. 제조업의 경우는 특히 더 그런데 공산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현재로써는 공정상의 문제로 인해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 되며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정의 개선, 즉 시설에 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고 이는 곧 기업주 및 종업원들의 임금 삭감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밥그릇 싸움이 가장 심한 곳 중 하나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로비스트의 활동이 합법이며 정치인들은 거의 모두 로비스트가 틀어쥔 돈줄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 (어떤 면으로 보면 우리나라보다도 더 저질임). 미국 로비스트 중에 또 가장 진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애들이 바로 자동차 제조업 로비스트. 얘들은 철저히 지구온난화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억지 광고를 뿌리고 자신들이 제조하는 자동차의 연비 향상을 규제하는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열심히들 물밑작전을 펼친다 (마치 담배 제조업 로비스트들이 “담배는 폐암과 별 상관 없어요”라는 광고를 때리는 것 처럼). 어떤 정치인이 로비스트 눈밖에 나는 정책, 예를 들어 “201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0% 삭감한다.” 류의 정책을 거들먹거리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실제로 미국은 교토 협약에 싸인하기는 했으나 이를 승인하지는 않았으며 따라서 교토 협약의 강제사항을 이행할 의무가 없다. 물론 이와 같은 미온적인 태도의 배경으로 교토 협약 이전에 언급된 “미국의 국익을 해칠 수 있는 어떠한 잠재적인 협약에도 싸인을 하지 않는다”라는 Byrd-Hagel Resolution을 들 수 있겠지만, 과연 교토 협약과 다른 국제 사회를 무시하면서까지 경제활동을 영위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미국의 국익에 과연 이로울까? 무엇보다도 이러한 국회의원들의 의사결정 과정이 충분히 논리적이었을까? 로비스트의 입김이 너무 크게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실제로 80%의 미국 시민이 “정부는 더 단호히 지구 온난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저런 밋밋한 태도는 아주 의심스럽다.)
정말이지 미국이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위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1) 그들은 산업화를 도달하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으며 (2) 미국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약 30%, 주: 2007년에는 중국에게 역전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매우 많은 양이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라는 기준으로 볼 때에도 미국이라는 나라의 위치는 아주 인상적이다.

▲ 2000년 기준 1인 기준 이산화 탄소 배출량. 저기에 미국 인구수를 곱하면 압도적으로 세계 1위에 등극.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고작 로비스트들에게 쩔쩔매며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미국 정치는 정말이지 저질이다. 진짜 인쓰 말대로 이제 [미국] 사회와 시스템은 [자본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너무나도 견고하게 얽히고 섥혀서 어느 한 혁명가가 뒤집을 수 없는 지경이 이르게 되었다. 아무리 그 혁명가가 천재적이고 또한 인류를 위해 봉사할 준비가 되어있을지라도 이제 여느 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은 너무나도 미약해져 버렸다. 하긴, 이게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지. 이제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섥히며 사회는 안정화가 되었는데 (왜냐하면 어느 한사람이 쉽사리 뒤엎을 수 없으니깐) 그 결과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고도성장을 향하여 앞으로 전진”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건 좋기는 좋은 것인데 그 결과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환경문제와 사회문제는 밥그릇의 논리에 의해 의도적으로 무시되기 십상이라는 맹점이 있다.
물론 우리는 이미 오존층에 난 구멍의 위험성을 인식하여 이것이 재앙적으로 다가오는 상황을 잘 극복하기는 했는데, 어째 지금의 상황은 그 때의 상황보다 더 나쁜 쪽으로 안정적인 것 같단 말이지.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진짜 독재자가 되어서 모든 악순환을 단칼에 끊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_–; 자자.. 이제 그만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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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앨 고어 아저씨가 직접 Apple Keynote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데 진짜 멋지더라. 개인적으로 스티브 잡스식 프리젠테이션을 매우 높게 평가하는데 앨고어씨도 이에 뒤지지 않고 아주 professional하게 세션을 주도해 나가더군. 프리젠테이션 기법 측면에서도 한번쯤은 볼 만한 다큐멘터리인것 같다. –_–;;
October 5th, 2007 at 3:03 pm
응 사실 그런 느낌도 조금 들더라. 온난화와 관련해서 클린턴 행정부가 잘못한 것도 꽤 있는데 (특히 교토 협약 무시 관련해서) 부시 행정부를 신랄하게 까더라 –_–;; 물론 잘못한 부분을 깐건 사실인데 클린턴 때의 잘못은 언급하지 않더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러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것은 일반인 계몽(..) 차원에서 볼 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중요한 문제는 중요한 문제니깐.





October 5th, 2007 at 2:42 pm
앨고어 아저씨 차기 대선용 행보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일들을 자주 하심.. 최근엔 콘서트도 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