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나, 아버지, 어머니 이렇게 세 명이 산다. 그런데 생활패턴은 각자 모두 다르다: 난 저녁에 들어와서 책 보다가 12시 좀 넘으면 자고 6:30 좀 넘어서 일어난다. 어머니는 11시 넘으면 주무시고 새벽 6시 좀 넘어서 일어나신다. 아버지는 저녁 드시고 TV 보시면서 주무시다가 새벽에 깨면 TV 보시면서 잠을 청하신다;;

문제는 아버지 TV 소리에 어머니가 제대로 못 주무신다는 것. 안 그래도 어머니는 귀가 예민하신데 그렇게 하도 오랫동안 새벽 TV 소리에 시달리다보니 이젠 한약까지 달여드시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버지는 TV 소리 없이는 주무시질 못하니 또 TV를 항상 끌 수 있는것도 아니다.

보다 못한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대단한건 아니지만..) TV에 이어폰을 달아버렸다 (그렇다고 TV에 이어폰 꽂는 자리가 원래부터 있는 것은 아니었음 –_–). 우리집은 VTR에 TV를 물려서 보는데 VTR의 RCA audio out 단자에서 음성신호를 따다가 내가 쓰던 헤드폰 앰프에 연결해서 아버지 침상 옆자리에 놓아드렸다. 밤이 되면 TV 볼륨은 최대로 낮춰놓고 침상 옆에 놓인 헤드폰 앰프 볼륨 다이얼을 올리면 이어폰에서만 TV 소리가 나오게 된다. 이렇게 하면 좋은점이 TV 전원을 꺼도 VTR만 켜져 있으면 소리가 들리니 오히려 예전보다 더 잠이 잘 온다고 하신다 (TV 화면이 아른거리지 않아서).

이젠 아버지께서는 이어폰 끼고 TV 보시다가 졸리시면 TV는 끄고 소리만 들으며 잠을 청하신다. 물론 어머니께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아주 편하게 숙면을 취하신다.

뿌듯했다. 나 효도한거 맞지?! ㅋㅋ

뱀다리: 맨 첨에 작동시켜보니 이어폰에서 우웅하는 hum이 들렸다. 분명 나는 케이블도 제대로 연결했고 헤드폰 앰프 전원 공급부에는 다른 잡음이 낄만한 전기제품도 없었는데 말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오디오 장비랑 앰프가 서로 다른 전원에 연결되어 있으면 오디오 케이블을 통해 간접적으로 ground가 되기 때문에 저런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가정에 들어오는 전원은 대부분의 경우 3상 전원에서 2개의 active line을 따다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active line을 취한 전원에 제품을 연결한 경우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것 같다). 결국 VTR과 앰프를 같은 전원에 연결하여 저 문제는 해결~

뱀다리2: 물론 저렇게 하여 hum은 잡긴 잡았는데 덕분에 TV로 인한 고주파의 삐이~ 하는 잡음이 끼더라. 물론 TV 키고나서 십분 정도 있으면 저 잡음이 없어지긴 하는데.. 아마도 TV 어딘가 캐패시터가 터져서 그런거 같기도 하고 (십년도 넘게 쓴 금성 TV라 이젠 완전 만신창이). 그래도 계속 TV 켜 놓으면 없어지니 그냥 무시하고 쓰기로 했다.

뱀다리3: TV에서부터 침상까지 연결하려면 약 5m의 RCA 케이블이 필요했다 (직선거리는 그렇게 길진 않은데 장판 밑으로 선을 숨기다보니 그렇게 되었음). 첨에는 그냥 집에 있는 케이블 덕지덕지 붙여서 만들어보았는데 길이가 길이인 만큼 음질이 별로 안 좋더라 (특히 고음쪽에서). 그래서 나중에 무산소동으로 만든 굵은 RCA 케이블 질러다가 연결했더니 한결 나았다. 역시 비싼게 좋긴 좋은 것인가 –_–; RCA 케이블 주제에 2만냥이나 했다;;

뱀다리4: 이 삽질을 하면서 역시 난 A/V 쪽에 손을 대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 같은 하드웨어 매니아는 이런거에 손 댔다간 바로 지름신의 인도하에 돈날리기 십상일 듯. 덜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