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썼던 글에 이은 밥통 관련 삽질기 제 2탄: 분무량 세밀하게 조정하기.
한동안 밥통을 110V에 연결해서 별 불만 없이 사용했었다 — 적어도 이번 겨울이 오기 전 까지는. 요새는 날씨가 미쳤는지 어제는 별로 안 건조했다가도 오늘은 초겨울 치고 꽤 건조하기도 하는 등 습도가 널을 뛴다 (온난화의 영향인가 -_-). 이러다보니 나는 110V에 밥통을 꽂는 것만으로는 2%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었고 선풍기의 미풍/약풍/강풍 버튼처럼 밥통 가습기의 분무량을 세밀하게 조절할 무언가를 만들기로 결심, 인터넷과 머릿속을 쥐어 짜 낸 결과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솔루션을 도출 할 수 있었다: (1) 속칭 슬라이닥스라고 불리는 autotransformer를 이용한 전압제어로 밥통 출력을 조절. (2) TRIAC을 이용한 전류제어로 밥통 출력을 조절.
결론부터 얘기 하자면, 비록 전원특성 및 범용성 등을 따져 보았을 때에는 autotransformer를 사용하는게 낫겠지만, 가격의 압박 때문에 결국 TRIAC으로 회로를 꾸며서 밥통 출력을 조절하기로 했다: autotransformer 1000VA는 4만냥 가량 하지만 TRIAC은 달랑 배춧닢 한 장이면 OK. 게다가 autotransformer는 방 안에 놓기 쪼매 거시기한 형상을 지녔다. 미관상 낙제. 기타 자세한 사항은 뒤에 나올 이론적 배경을 참고하시라.
맨바닥부터 회로 설계하고 부품 구하러 발품 팔기는 마이 귀찮은 관계로 그냥 인터넷에서 1000W짜리 TRIAC light dimmer kit를 하나 구입해서 조립하기로 했다. 이름이 암시하듯 이 회로는 원래 백열전구(light)의 밝기조절(dimming)에 쓰이는 것이지만 사실 전구속의 필라멘트나 밥통속의 열선이나 소비전력만 좀 다르지 동작원리는 매한가지. 따라서 회로의 용량만 넉넉하면 이 녀석으로도 밥통의 출력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글 쓰기 초낸 귀찮으므로글만 쓰면 재미 없으므로 일단 사진부터 감상하시라.
이 TRIAC kit를 조립하면 대략 다음과 같은 모습이 된다고 한다.

간만에 땜질하려니 수전증이 도져서 ㄷㄷㄷ. 이 kit는 funny kit에서 5600 냥인가에 구할 수 있다.
회로도 및 동작 다이어그램은 대략 다음과 같다.

Kit에서 시키는대로 땜질한 다음 껍데기를 씌운 모습이다. 껍데기도 요기서 구할 수 있음.

다이얼 옆에 화이트로 허접하게 쓴 숫자는 밥통의 분무량 정도를 나타낸 것이다. 끝까지 돌리면 대략 100% 출력 9는 90% 출력 이런식. 이 요상한 장치에 밥통 코드를 꽂고 원하는 출력만큼 다이얼을 돌리면 믿거나 말거나 밥통 내부 전열선의 열 발산 속도가 조절되어 결과적으로 증기 분무량이 조절된다. 저 숫자는 원래부터 케이스에 표시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_-;; 테스터기를 이용하여 다이얼을 돌려가며 AC 한 사이클당 유효 전력량을 추산하여 적어놓은 것이다. 살짝 삽질을 요구함; (근데 머.. 이 정도 쯤이야 -_-)
어찌되었건 이것으로 나는 최적의 실내 습도를 유지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안락한 주거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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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부터는 허접 이론적 배경
TRIAC을 이용한 전류 제어는 저 위 동작 다이어그램의 Fig. 3, 4에 축약적으로 잘 설명이 되어 있다. 다이얼을 돌려 가변저항을 조정하면, 예를 들어, Fig. 3 처럼 입력 전류의 절반만 흐르게 할 수도 있고 (zero cross 이후 90˚ 만큼 전류 차단), 이보다 전류가 좀 더 적게 흐르게 할 수도 있으며 (Fig. 4), 아니면 통상적인 sine wave에 가깝게 거의 대부분의 전류를 흐르게 할 수도 있다. 어찌되었건 TRIAC dimmer 회로를 통과한 전류는 sine wave가 아닌 zero cross 이후 일부분이 절삭된 파형을 갖고 있으며 이 절삭된 정도 만큼 부하측의 출력은 감소한다. (왜냐하면 그 만큼 전류가 흐르지 않으니깐)
이 TRIAC dimmer회로는 백열전구의 밝기제어(dimming)를 하는데 꽤나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일단 가격이 저렴하고, 소비전력이 적으며, 회로 자체를 소형화 할 수 있기 때문.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밥통과 같은 전열기구도 기본 동작 원리는 백열전구와 동일하기 때문에 이러한 TRIAC light dimmer로 효과적으로 출력을 조정 할 수 있다 (단, dimmer 회로의 허용 출력은 전열기구 소비전력보다 커야만 하겠음). 하지만 TRIAC dimmer의 출력 파형에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TRIAC으로 유도성 부하(예: 선풍기, 트랜스 등)를 제어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물론 콘덴서 등을 부착하여 출력 파형을 좀 더 부드럽게 바꾸어 모터 등의 속도를 제어 할 수 있긴 하다 (TRIAC AC motor dimmer 참고). 하지만 그렇게 해도 여전히 출력 파형은 full-sine wave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모터 등을 구동하면 좀 더 소리가 씨끄럽고 열도 많이 난다. 그래도 뭐 싸게 싸게 갈 수 는 있음 -_-;;
아참, 그렇다고 TRIAC이 전구나 전열기 출력을 제어하는데 있어서 능사는 아니고.. 저러한 TRIAC dimmer 특유의 급작스런 출력 파형 때문에 몇가지 사소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우선, 만약 전열기가 조잡하게 만들어져서 전열선이 움직일 수 있는 경우 전열기 내에서 소음이 발생 할 수 있다. 이는 전류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부분에서 전열선 자체의 유도자기장 때문에 전열선이 미세하게 진동을 할 수 있기 때문 (다행이 내 밥통이 그 정도로 허접은 아니었다 –.–). 특히 약 50% 출력 시점에서 이 소음은 가장 큰데, 왜냐하면 이 때에는 0V에서 순식간에 최대 전압으로 파형이 뛰기 때문에 그에 맞춰 전류도 순식간에 최대로 흐르고 따라서 전열선의 진동폭도 가장 커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단점으로, 재수 없으면 전력선에 noise가 낄 수도 있다 -_-;; 특히 부하측의 소비전력이 크고 집안 전기 배선 시설이 낙후된 경우 매 cycle 중간마다 부하측으로 많은 전류가 흐르면서 일시적인 전압강하가 일어나 noise를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방송국이나 음악 스튜디오같이 전력선 noise에 민감한 시설을 갖춘 곳에서는 TRIAC dimmer를 잘 안 쓴다고 한다.
반면, autotrasformer를 사용하면 위와 같은 유도성 부하나 noise 문제 등을 걱정할 필요 없이 부하측의 출력을 조절할 수 있다. 이 autotransformer는 이름이 암시하듯 트랜스 일종인데,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트랜스처럼 하나 또는 적은 수의 출력 전압을 갖는 것이 아니라 다이얼을 돌려서 1V 단위로 미세하게 출력 전압을 조절할 수 있다. 보통 0–240V 범위 내에서 1V 단위로 조절할 수 있음. 그리고 이렇게 출력 전압을 조절하면 부하측의 출력도 따라서 조절된다는 거죠.
이 autotransformer에서 얻어지는 전압은 상용전원과 같은 full-sine wave 이기 때문에 유도성 부하를 장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동시에 noise 문제도 회피 할 수 있다. 때문에 비표준적인 전압을 요구하는 정밀기기, 예를 들어 일본 내수제품 같이 100V 전압을 필요로 하는 기기를 쓰는 오덕들이사람들이 이 녀석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다만, 이 기계는 아무리 허접한 것을 사도 4만원 가량 하고 (1000VA 기준), 크기가 오강만큼 크며, 무게는 돌덩이에다가 그 형상이 아래와 같이 투박하다. 안락한 방안에 들여놓기는 살짝 난감한 제품.

게다가 종종 저가형 제품에서는 그 트랜스 특유의 우웅~하는 60Hz hum이 심하게 발생한다고 하니 autotransformer가 항상 TRIAC 보다 낫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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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이번 삽질기 세 줄 요약:
1. 110V만으로 밥통 가습기 구동하는것은 2% 부족해~
2. 돈없고 삽질정신 충만하여 TRIAC light dimmer kit 조립
3. 소음이나 기타 별다른 문제 없이 증기량을 맘대로 조정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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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7th, 2007 at 11:55 pm
뭐야 인쓰 적어도 전자과 학생은 저걸 보고 아름답다고 느껴야 하지 않냐 -_-;;;
여기서 검은 웃음으로 날 매도하지 말고 빨리 우리의 원대한 프로젝트를 진행시켜야지 낄낄. 아참, 카피라이터는 나다. 알지? ㅎㅎ
November 9th, 2007 at 3:12 pm
물부족시 자동 off는 신경 쓸 필요가 없음; 물이 다 떨어지면 자동으로 취사에서 보온으로 전환되거든. 똑똑한 밥통같으니라구.
1번은 고려중이다 ㄲㄲ
November 11th, 2007 at 11:25 pm
갑자기 든 궁금증..
이분은 밥솥회사에서 스카웃해야할까요.. 아님 가습기회사에서?? 재밌는 글 잘 보고 갑니다..
November 12th, 2007 at 12:55 pm
이런 글을 볼때마다 느끼는 건데..
원리가 정말로 궁금할 때가 있지요..
이걸 왜 써야 하는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제작자는 무슨 의도일까? 그런 생각들
잘 읽고 갑니다.
November 15th, 2007 at 11:56 pm
시린//
밥통 회사에서도 가습기 회사에서도 모두 변태라고 싫어 할 것 같습니다. ㄲㄲ -_-;;
피코메츄//
퀀텀컴퓨팅 ㄱㄱㅅ?
이야..대단//
음; 궁금증이 너무 지나치셔도 아니되옵니다. (저처럼 삽질을 하게 되는 수가 있다는..)





November 7th, 2007 at 12:08 pm
-_-…
참 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