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도 좀 식힐겸 위키 삼매경을 하다가 발견한 어처구니 없는 — 혹은 흥미로운 — 두 가지 기술에 대해 소개해 볼까 한다. 이것들을 보고 웃을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진정한 테크놀러지 오덕.

1. IP over Avian Carriers

전서구 관련 항목을 뒤적거리다가 뜬금 없이 찾아낸 인터넷 패킷(정보 묶음) 전송 규약. 일단은 다음을 참조하시고: IP over Avian Carriers (IPoAC).

요지는 “인터넷 패킷을 종이에 인쇄하여 비둘기 등을 통해 서로 주고받는 방식을 구체화한 통신방법”이랜다. RFC에도 등재되어 있음 덜덜덜 (RFC 1149 — 원문이 상당히 골때림. 함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등록 날짜는 만우절 -_-). 참고로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인터넷 통신방법은 IP over Ethernet Networks로써 이는 LAN을 통해 인터넷 패킷을 주고 받는 방식이다 (RFC 894).

흥미롭게도 이 IP over Avian Carriers를 실제로 구현한 사례가 있었으니, 2001년 4월 28일 노르웨이의 한 리눅스 오덕 매냐들께서 9개의 패킷을 비둘기에 실어 5km 가량을 전송한 것이 그것이다. 각각의 패킷은 하나의 ping request를 담고 있었으며 서로 다른 닭둘기에 실려 상대편으로 전송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발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말이지 흠흠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Image:Homing_pigeon.jpg).

IP over Avian Carriers

결국 이 9개의 패킷 중 4개가 성공적으로 전달되었고 (패킷 유실율 55%) 이 때의 응답시간은 대략 3000초에서 6000초 사이였다고 하네. 그래서 그들은 이 비둘기를 이용한 기술이 “다른 정보 전송 기술보다 열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_;

  1. vegard@gyversalen:~$ ping -i 900 10.0.3.1
  2. PING 10.0.3.1 (10.0.3.1): 56 data bytes
  3. 64 bytes from 10.0.3.1: icmp_seq=0 ttl=255 time=6165731.1 ms
  4. 64 bytes from 10.0.3.1: icmp_seq=4 ttl=255 time=3211900.8 ms
  5. 64 bytes from 10.0.3.1: icmp_seq=2 ttl=255 time=5124922.8 ms
  6. 64 bytes from 10.0.3.1: icmp_seq=1 ttl=255 time=6388671.9 ms
  7.  
  8. --- 10.0.3.1 ping statistics ---
  9. 9 packets transmitted, 4 packets received, 55% packet loss
  10. round-trip min/avg/max = 3211900.8/5222806.6/6388671.9 ms
  11. vegard@gyversalen:~$ exit

 

2. UNIVAC FASTRAND

최초의 상용 컴퓨터인 UNIVAC에 딸린 자기 드럼 저장 장치 FASTRAND. 이름에서부터 무언가 포오스가 풍겨오는 것 같다. 일단은 사진부터 감상하시고,

FASTRAND

오늘날 우리들이 사용하는 하드디스크의 먼먼 조상뻘인 이 네모난 괴물은 60년대 당시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였다. 실제로 내가 94년도에 처음으로 썼던 하드디스크가 72MB였고 FASTRAND II가 90MB 정도 했으니 30년 전인 60년대 당시에는 FASTRAND가 얼마나 첨단 장비였는지를 대략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자세한 기기 스펙은 다음을 참고:

  • 용량: FASTRAND I은 약 45MB, II는 약 90MB, III는 약 130MB.
  • 드럼 회전 속도: 880 rpm (참고로 일반적인 하드디스크의 회전 속도는 7200 rpm).
  • 평균 탐색 속도: 92ms (일반 하드디스크는 약 10ms).
  • 데이터 전송 속도: 초당 0.1MB (이 정도면 거의 뭐.. 플로피디스크 수준).
  • 가격: 1968년 당시 가격으로, 콘트롤러는 $41680, 위 사진에 나온 저장 유닛은 $134400. 그냥 단순히 숫자만으로 따져봐도 1억을 가뿐히 넘는다 -_. 참고로 하나의 콘트롤러에는 8개 까지 저장 유닛을 붙일 수 있다고 한다.

어느 한 엔지니어의 FASTRAND II에 대한 묘사는 경이롭기까지하다 (원문은 여기에):

FASTRAND를 한번이라도 접한 프로그래머는 아마 그것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거대하고, 육중했으며 (저장 유닛만 2.5톤이나 나갔고 바닥에 특수한 보강구조를 깔고 그 위에 유닛을 설치해야만 했음), 형광등이 밝혀진 커다란 유리창 안으로는 거대한 드럼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880 rpm으로 회전하는 동시에 수많은 트랙을 읽고 씀에 따라 디스크 헤드는 이곳 저곳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기계는 동작 할 때 마치 Star Trek 엔진실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세찬 바람 소리와 함께 둔탁한 쇳소리를 내었다. 장치 뒷편의 뚜껑을 열면 복잡한 제어 패널이 보였고 위편에는 드럼과 헤드가 접촉하는 것을 알려주는 충돌 감지기가 있었다. (후략)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FASTRAND I은 오직 한 개의 거대한 드럼만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이미 눈치를 챈 사람도 있겠지만, 이렇게 육중한 드럼이 880 rpm의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으면 관성력 때문에 먼 항성에 대하여 드럼이 고정된 위치에 있으려고 한다. 따라서 초기 FASTRAND를 설치한 곳에서는 지구가 자전함에따라 거대하고도 육중한 저장 유닛이 전산실의 이곳 저곳을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바람에 애 좀 먹었다고 한다 -_-;;;; 그래서 이후 모델부터는 두 개의 드럼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함으로써 각각의 각운동량(..)을 상쇄시키도록 설계되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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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앞으로는 커피 볶을 때 quenching(다 볶아진 커피콩을 빨리 식히기 위하여 분무기 등으로 물을 미세하게 뿌려주는 것)을 좀 덜 하던지 아니면 아예 안 하던지 해야겠다. Quenching하면 이상하게 맛이 너무 쓰네.. 내공이 아직 부족한 듯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