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종들은 수 많은 외압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살아남고 번창해 나간다. 이것은 생명체가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다양성이 유지되는 동안은 외부에서 교란이 들이닥쳐도 내부에 그 교란을 이겨낼 잠재력—정확히는 유전자—이 있기 때문에 생물종은 쉽게 전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가 흘러가는 모습은 이와는 정 반대로이다.

자본주의를 별다른 여과 없이 급속히 들여오면서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끝없는 도덕적 타락이 일어나고 있고 동시에 시장 제일주의적인 사상으로 정신이 획일화 되어가고 있다.

이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장 제일주의적인 사상이 단순히 시장(market)을 벗어나서 언론이라던지 교육 또는 학계같은 사회의 모든 분야를 잠식해 버리면 그것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성은 끝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이러한 다양성의 잠식은 전 방면에서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모든 사물이나 사상의 가치를 금전적인 효용성에 따라서 일렬로 줄 세우고 그 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녀석들만 골라내는 행위가 아주 습관처럼 배어 버려서 그러지 말아야 할 때에도 주판을 굴리는 작태가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사회의 다양성이 죽으면 그 사회는 외부의 다양한 가치들의 도전에 적응할 힘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서울에 나와서 생활하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돈도 좋지만 시장 원칙이 적용되어서는 안 될 분야가 분명히 있다. 각각의 다른 분야에는 서로 다른 다양한 문화와 사상이 깃들어야 한다.